휴식ㆍ치유 선사하는 심신의 안식처 자작나무숲

사진/전수영 기자

(인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데는 숲이 최고다.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기운과 싱그러운 냄새가 심신을 일깨우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저만치 날려버린다. 인류의 안식처였던 숲은 어머니 품처럼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준다. 많은 이들이 숲을 찾아 나서는 까닭이다. 심신에 안식과 치유를 선사하는 숲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 하얀 나무껍질 시원스런 동화 같은 숲

자작나무는 매력적이고 쓸모 많은 나무다. 새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하늘을 찌를 듯 훤칠하게 큰 키는 동화나 만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왕자나 공주 같다. ‘우유 빛깔’이란 말이 꼭 어울리는 곱고 출중한 외모다.

자작나무는 옛날 혼례에도 사용된 듯하다. 혼례를 ‘화촉을 밝힌다’고 하는데 여기서 화촉은 혼례 때 사용하는 빛깔을 들인 밀초였다. 화촉의 재료가 바로 자작나무였다고 한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서 ‘자작나무’란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도 있다.

자작나무는 또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다. 경주 천마총에서는 글자를 새긴 자작나무 껍질이 발견됐고, 팔만대장경에 사용된 목재의 일부도 자작나무로 제작됐다. 하지만 자작나무는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이 아니다. 추운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북의 심산에 주로 분포한다. 남한에서 보이는 자작나무는 대부분이 식재된 것이다. 인제 원대리를 비롯해 횡성과 태백의 자작나무숲은 모두 인공으로 조림된 것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 요정이 사는 듯한 숲 속을 거닐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찾아가는 여정은 도로 옆 안내소에서 시작된다. 안내소에서 방명록을 작성한 뒤 S 자 임도를 따라 올라간다. 대규모 자작나무 군락까지의 거리는 임도로 3.2㎞지만 급경사가 없이 완만해 가족, 친구, 연인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사부작사부작’ 걸어 오르기 좋다. 오르는 길 중간중간에는 진초록 빛깔 송림 사이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줄기를 드러낸 자작나무도 관찰할 수 있다.

1시간쯤 걸었을까, 문득 꿈결처럼 희뿌연 풍경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오후 햇살이 자작나무 사이를 부챗살처럼 파고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름답고 기품 있는 모습. 왜 자작나무를 ‘나무의 여왕’이라고 부르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 숲은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으로 불린다. 숲에 바람이 지나면 자작나무 가지가 흔들리며 나는 소리가 꼭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숲 속에 발을 들이면 금방이라도 아리따운 요정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 산속에 걸린 풍경화 한 폭

원대리에 원래부터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 그곳에서는 화전민들이 집을 짓고 밭을 갈았다. 1974년부터 화전민의 터전에 자작나무, 잣나무, 낙엽송이 식재됐지만, 그것도 잠시 1988년 솔잎혹파리가 일대를 초토화했다. 산림청은 병충해에 강한 자작나무 70만여 그루를 다시 심었다. 이곳 자작나무의 수령이 30년이 안 되는 이유다.

희뿌연 숲 속 곳곳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눈에 띈다. 탐방객들마저 동화에서 튀어나온 요정처럼 느껴진다.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걷거나 자작나무 의자에 앉아 숲에 시선을 던져두고 휴식과 자유를 만끽한다. 출사 명소답게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 이들도 더러 보인다.

자작나무숲을 카메라에 담던 이정숙(66)씨는 “카메라 장비를 들고 올라올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자작나무숲을 본 순간 모든 피로가 다 사라져버렸다”며 “햇살 퍼지는 자작나무숲이 무척 아름답다”고 말했다.

사진/전수영 기자

◇ 탐방로에서 숲을 호흡하고 엿보다

숲 속에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을 한 바퀴 도는 자작나무 코스(0.9㎞)를 비롯해 치유코스(1.5㎞), 탐험코스(1.1㎞) 등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탐방로에서는 자작나무숲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풀벌레 소리와 청아한 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 자작나무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국수나무, 오갈피나무 등 다양한 식물도 볼 수 있다. 숲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지만 자작나무숲 속에서 보는 풍경이 더 멋진 듯하다.

자작나무숲에는 줄기 밑동이 까만 나무들도 있다. 바로 옆 푯말에는 ‘자작나무가 아파서 울고 있어요!’란 글귀가 담겨 있다. 탐방객들이 수피를 벗겨내 더는 재생되지 못하는 상처 입은 나무들이 안쓰럽고 안타깝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머릿속 가득하던 번민과 고뇌가 저절로 사라져 버린다.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광이 선사하는 치유를 맛볼 수 있다. 굳이 수피를 벗겨 가져가지 않아도 마음에 황홀한 추억 한 줌 오롯이 남겨준다.

◇ 추천 힐링 숲

>> 통영 미래사 편백 숲 = 경남 통영시 미륵산에 있는 미래사 편백 숲은 숲길과 푸른 바다의 정취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편백 숲길은 70여 년 전 일본인이 심은 것을 해방 뒤 사찰에서 매입해 산책로를 꾸민 것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숲 사이로 오솔길이 있어 산책하듯 거닐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숲에 들어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은은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하며 몸과 마음에 안식을 준다. 편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항균·살균 작용은 물론 아토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맨발로 편백 숲을 거닐 수 있는 나폴리농원이 미래사 아래에 있다. ☎ 055-650-0712

>> 영양 대티골 아름다운 숲길 = 경북 청송군에서 영양군, 봉화군, 강원 영월군을 잇는 ‘외씨버선길’의 일부다. 탐방로는 일월면 용화리 윗대티골에서 시작하는 옛국도길(3.5㎞)을 비롯해 칠밭길(0.9㎞), 옛마을길(0.8㎞), 댓골길(1.2㎞) 등이 있다. 숲해설사와 함께 전부 걷거나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걸어도 된다. 예약하면 대티골 황토구들방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각종 산나물로 차린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시인 조지훈 생가와 문학관, 소설가 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석간고택, 조선 시대 민가의 대표 연못인 영양서석지, 영양반딧불이생태공원과 영양반딧불이천문대 등을 연계해 여행할 수 있다. ☎ 054-680-6413

>> 진도 첨찰산 상록수림 = 전남 진도에 있는 첨찰산(485m)은 소치 허련이 그림을 그리며 말년을 보냈다는 운림산방 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10m가 훌쩍 넘는 상록수가 하늘을 덮어 그늘이 깊고 짙다. 가장 짧은 코스는 쌍계사에서 출발해 진도아리랑비 쪽으로 내려오는 길로, 오르는 길이 3㎞, 하산길이 1.8㎞ 이다. 정상 부근을 제외하면 빽빽한 상록수와 울창한 숲이 짙은 그늘을 만들어 한낮에도 상쾌하다. 운림산방, 진돗개테마파크, 조개잡이 체험장으로 알려진 죽림어촌체험마을, 울돌목 물살 체험장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 061-540-3405~8

사진/전수영 기자

dklim@yna.co.kr


source : http://www.yonhapnews.co.kr/travel/2016/07/06/3201000000AKR201607060799008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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