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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SK온 구제 위해 대규모 합병 단행…재무 구조 개선과 IPO 준비 본격화

SK그룹이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해온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들을 동원한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SK그룹은 2차전지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이번 조치를 통해 SK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2026년 기업공개(IPO) 목표 달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른 도전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SK그룹의 합병 결정 배경

지난 17일 SK그룹은 계열사 이사회 결정을 통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고, SK온에는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합병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SK온의 재무적 안정을 돕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편입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원 능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SK온에 흡수됨으로써 직접적인 재무 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SK온의 재무 상황과 기대 효과

SK온은 2021년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SK온의 총자산은 16조 1,443억 원이며, 매출 8조 4,697억 원을 기록했으나 8,6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합병 대상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4,802억 원의 영업이익을, SK엔텀은 올해 1월 설립 이후 1분기에 1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꾸준한 이익을 내는 두 개의 계열사가 SK온과 합병되면 SK온의 재무 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이후 SK온의 총자산 규모는 약 17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도 연간 5,0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PO 준비와 기업 가치 상승 전략

이번 합병은 SK온의 기업 가치를 높여 증권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기도 하다. SK온은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매년 조 단위 투자를 이어왔으며, 이에 따라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 방식으로 투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2026년 IPO와 수익률 보장을 약속한 만큼,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 반환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까지 내놓아야 하는 위험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공시에 따르면, SK온의 투자자들은 자신의 지분뿐만 아니라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분까지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의 핵심 목적은 SK온의 IPO 성공에 있다”며 “프리IPO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조건이 부과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 극복이 최우선 과제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SK온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다. 올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68.6% 급감했으며, 이로 인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의 적자 폭도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SK온 내부에서는 “올해만 버티면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내년부터 주요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서 설비투자 부담이 줄어들고, 전기차 시장도 점차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기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약화될 경우,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SK그룹의 전사적 지원을 통해 SK온은 재무적 어려움을 일단 넘겼지만, 여전히 자립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합병을 통해 개선된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전기차 시장 둔화를 극복하고,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SK온의 IPO 성공 여부와 향후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