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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 도전 과제 직면

지난 5년간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2018년 830억 달러에 달했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2023년 429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최근 2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하며 산업 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독점적 지위의 약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끄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세계 시장 점유율 약 60%를 유지하며 독과점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수요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 중심 구조는 산업의 한계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최근 2년간 두드러졌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삼성은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고객사에 기술적인 한계를 이유로 공급하지 못하며, SK하이닉스에 시장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는 2019년 삼성의 HBM 개발팀 해체라는 전략적 실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경쟁력 부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3%로, 대만(10.3%), 일본(9.2%), 중국(6.5%)에도 뒤처진다. 글로벌 비메모리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7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작은 시장인 메모리에만 강점을 보여왔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삼성은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022년 4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1.2%로 삼성의 11.3%를 크게 앞선다.

삼성은 3나노미터 공정에서 먼저 도입한 기술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율 문제로 고객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한국의 도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강국들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2047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622조 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인력 양성으로 이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이 제한되면서, 한국 기업이 기술 격차를 벌릴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 요인은 언제든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래를 위한 과제와 전망

삼성전자는 2나노미터 공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해 TSMC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차세대 공정이 성능과 전력 효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과제는 여전히 크다.

결국,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와 비메모리 모두에서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중심으로 한 전략적 혁신이 필요하다.